논갈이 – 단원 풍속화첩(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74 農事를 짓던 農民으로서의 마음
2. 農事를 짓던 農民으로서의 마음
비(雨)를 기다리고 좋아하는 마음, 추수, 四季節, 농촌단상(農村斷想)
[2 – 가] 비(雨)를 생각하며
喜雨(희우) 明齋 金壽潤 作 4권 42
韻 : 東風中豊公 3首 中 1
氣壓徐徐來自東 저기압이 동쪽에서 서서히 다가오더니
適期喜雨又和風 때 맞춰 반가운 비 건들바람과 같이 오네.
霹火煌煌揮霈裡 번갯불은 번쩍이고 세찬 비 오는 속에
雷聲聒聒振空中 요란한 우레 소리 온 하늘을 뒤흔드네.
厭暑衆人須免暑 더위에 지친이들 잠시간에 더위 잊고
待豊百穀可知豊 온갖 곡식 잘 여물어 풍년 들 것 알겠네.
所望一時如意致 기다리던 단비가 내 뜻같이 한꺼번에 내렸으니
民安國泰在天公 국태민안도 하느님 소관일세.
기압서서래자동 적기희우우화풍 벽화황황휘패리 뇌성괄괄진공중
염서중인수면서 대풍백곡가지풍 소망일시여의치 민안국태재천공
喜雨 明齋 金壽潤 作 8권 48
韻 : 東風O豊O 3首 中 2
昨夜黑雲起海東 지난 밤 검은 구름 동해에서 일더니
適期順雨調和風 때 맞춰 단비가 순풍 속에 내리네.
樓上待晴詩酒客 날이 개기를 기다리는 다락위의 시주객들
田邊治水笠蓑翁 논 밭물 살피는 삿갓 쓰고 도롱이 입은 늙은 농부
百卉千枝皆潤澤 갖가지 풀과 나무 싱싱하게 깨어나고
四郊五穀已稔豊 사방들의 온갖 곡식 이미 여물어 풍년이네.
飽食暖衣爲大本 등 따시고 배부른 게 천하의 대본이니
民安國泰在斯中 국태민안이 여기에 있음이라.
작야흑운기해동 적기순우조화풍 누상대청시주객 전변치수립사옹
백훼천지개윤택 사교오곡이임풍 포식난의위대본 민안국태재사중
喜雨 松菴 申元三 作 4권 42
韻 : 東風中豊公 3首 中 3
密雲暗黑遍南東 두꺼운 먹구름이 동남으로 향하더니
澍雨濛濛帶順風 쏟아지는 단비 속에 순풍이 부는구나.
悶旱群衆歡呼夕 가뭄에 시달리던 많은 사람 환호하고
占年父老解慍中 한해 농사 점치던 노인네들 한시름 놓았네.
田園洽足千家悅 전원에 흡족한 비 집집마다 기뻐하고
大地均霑四野豊 골고루 내린 비는 풍년을 기약하네.
回攷殷王成湯事 돌이켜 생각하니 은나라 탕왕일을 이번 비가 이뤘으니
應知飢飽在天公 배고픔과 배부름이 하느님의 소관임을 응당 알리라.
밀운암흑편남동 주우몽몽대순풍 민한군중환호석 점년부로해온중
전원흡족천가열 대지균점사야풍 회교은왕성탕사 응지기포재천공
雨順風調(우순풍조) 明齋 金壽潤 作 8권 37
(비는 순하게 내리고 바람은 고르게 분다)
農務當時適候還 농번기가 돌아오니 기후 또한 걸맞으며
移秧收麥摠依天 보리 걷고 모심는 일 모두가 날씨하기 나름이네.
喜雨四郊豊裕歲 사방들엔 반가운 비 금년농사 풍년이고
和風千里太平年 화풍천리에 태평한 세월일세.
海不揚波漁村樂 바다가 잠잠하니 어촌 역시 낙이 있고
川無溢漲土田全 하천도 범람하지 않으니 논밭이 온전하네.
國富民饒由此識 부강한 나라에 백성 또한 풍요함을 이로써 알겠고
人間生活近於仙 살아가는 사람 모습 신선에 가깝네.
농무당시적후환 이앙수맥총의천 희우사교풍유세 화풍천리태평년
해불양파어촌락 천무일창토전전 국부민요유차식 인간생활근어선
望雨(망우) 明齋 金壽潤 作(辛酉五月十日) 9권 46
投稿處-慶州市皇吾洞138-1慕恩亭內 李東種
韻 : 晴耕聲生情 2首 中 1
務本當時夏日晴 한여름 날 좋으니 응당 농사일에 힘쓸 때라
農家事業未全耕 가물어 비 안 오니 논밭갈이 덜 끝났네.
坊坊五穀希豊意 온 동네 마을 마다 오곡풍년 희망하며
處處萬人請雨聲 곳곳에 많은 사람 비 오소서 염원하네.
天地滿炎嫌草木 세상 가득 따가운 볕, 초목은 시들고
晝宵揚水苦民生 밤낮없이 물 퍼내기 농민들은 지쳐가네.
園中植物今逢渴 산야의 온갖 식물 목마름에 시달리니
願霈欲除是旱情 쏟아지는 빗줄기로 해갈되길 원하네.
무본당시하일청 농가사업미전경 방방오곡희풍의 처처만인청우성
천지만염혐초목 주소양수고민생 원중식물금봉갈 원패욕제시한정
待雨(대우) 松菴 申元三 作(辛酉陰五月十五日) 9권 46
投稿處-(上同) 韻 : 晴耕聲生情 2首 中 2
旱魃尤甚日益晴 가뭄이 더욱 심해 날마다 하늘 맑고
農村恐失適期耕 농사짓기 때 놓치랴, 농부 걱정 태산 일세
朝看銀漢虹霓色 새벽에 본 은하수 무지개 색 띄었고
回想殷湯祈雨聲 탕임금 간절한 기우성 들리는 듯 上古史 회상하네.
種豆山田乾欲死 산밭에 뿌린 콩 씨 말라죽기 직전이고
移秧水畓纔根生 모내기한 무논에는 뿌리 겨우 살아있네.
密雲不雨是何故 하늘엔 구름 짙게 끼었건만 비 안 오니 왜 그런가.
願下甘霖解慍情 감로 같은 굵은 비가 근심걱정 씻어주길
한발우심일익청 농촌공실적기경 조간은한홍예색 회상은탕기우성
종두산전건욕사 이앙수답재근생 밀운불우시하고 원하감림해온정
雨天偶吟(우천우음) 松菴 申元三 作 8권 43
(비오는 날 우연히 읊다) 韻 : 門園噴論孫 2首 中 1
隣翁不到掩柴門 이웃 노인 오지 않아 사립문 닫아걸고
閑臥東窓夢故園 동창으로 베개 베고 고향생각에 잠긴다.
驟帶暴風庭樹動 질풍 같은 폭풍에 뜰 앞 나무들이 요동치고
溜成泡沫霧形噴 물방울은 포말 되어 안개처럼 내뿜네.
前非懺悔能君子 지난 잘못 뉘우침은 능히 군자이지만
來事無知不可論 오는 일에 무지함은 논할 바 못되노라
處世何須貪富貴 한세상 사는 길에 어찌 부귀만을 탐할 손가.
願奉賢士敎兒孫 어진 선비를 받들고 자손 가르치기를 원한다.
인옹부도엄시문 한와동창몽고원 취대폭풍정수동 유성포말무형분
전비참회능군자 내사무지불가론 처세하수탐부귀 원봉현사교아손
雨天偶吟 明齋 金壽潤 作 8권 43
韻 : 門園噴論孫 2首 中 2
霖雨濛濛不出門 장맛비 부슬부슬 문밖출입 어려워
案頭端坐思鄕園 책상 앞 단좌하여 고향산천 생각한다.
窓前花木全然沐 창문 앞 꽃과 나무 모두가 목욕한 듯
屋後山隆恰似噴 뒷산 봉우리가 분수대 비슷하네.
閑待詩篇因我諭 틈틈이 대하는 시편마다 모두 나를 깨우치고
幽懷心事與誰論 마음 속 깊은 심사 누구와 의논할까
於千萬善先賢驗 천만가지 선한 일 옛 성인의 발자취니
繼往開來戒子孫 성현 말씀을 자손들에 가르치어 앞날을 대비하리.
임우몽몽불출문 안두단좌사향원 창전화목전연목 옥후산륭흡사분
한대시편인아유 유회심사여수론 어천만선선현험 계왕개래계자손
春雨晴吟(춘우청음) 明齋 金壽潤 作 8권 27
韻 : 東風豊紅窮 2首 中 1
氣壓徐徐進北東 저기압이 느리게 북동으로 흐르더니
適期甘雨又和風 때마침 단비와 화풍이 찾아 왔네.
坊坊花葉相爭發 방방곡곡 꽃잎은 다투어 피어나고
處處桑麻幷作豊 곳곳에 농사는 풍작을 이루었네.
塵洗山川晴後暢 먼지 씻긴 산천은 날이 개니 더욱 화창하고
捲雲日月倍前紅 구름 걷힌 해와 달은 종전보다 배나 밝네.
春衣春酒伴春客 나들이 봄옷에 술병 든 상춘객
一到長安樂不窮 언제나 서울엔 즐거움이 끝이 없네.
기압서서진북동 적기감우우화풍 방방화엽상쟁발 처처상마병작풍
진세산천청후창 권운일월배전홍 춘의춘주반춘객 일도장안낙불궁
己未上巳甘雨(기미상사감우) 明齋 金壽潤作 8권 35
(기미년 삼월삼짇날의 단비) 韻 : 東風紅豊窮 2首 中 2
太平天下海之東 태평천하 금수강산 우리나라에
甘雨適期又調風 때맞춰 단비와 순풍이 함께 오네.
淨洗山川晴後暢 씻은 듯 맑은 산천 비 갠 날 화창하고
捲雲日月倍前紅 구름 걷힌 해와 달은 종전보다 배나 밝네.
坊坊花卉爭先發 곳곳마다 꽃 풀은 다투어 피어나고
處處桑麻竝作豊 동네마다 농작물은 풍년을 이루었네.
詩酒爲朋探景客 시와 술을 벗하여 풍경 찾는 관광객들
長安一到樂無窮 서울엔 언제나 즐거움이 끝이 없네.
태평천하해지동 감우적기우조풍 정세산천청후창 권운일월배전홍
방방화훼쟁선발 처처상마병작풍 시주위붕탐경객 장안일도락무궁
南部地方集中豪雨 明齋 金壽潤 作(79년8월26일) 8권 69
(남부지방집중호우) 韻 : 方洋量傷忙 3首 中 1
霈雨偏來南地方 남부 지방에 세찬 비가 쏟아져
古今稀見水成洋 참으로 보기 드문 물바다를 이루었네.
人命慘變百餘數 백여명의 인명이 참변을 당하고
山崿壞崩誰盡量 산악 붕괴 또한 누가 다 헤아리랴
田土家庄多埋沒 논밭가옥이 숱하게 매몰되고
堤防道路亦損傷 제방과 도로 역시 무너진 곳 많다네.
誠金援集相扶助 수해성금 모아 서로 부조하니
合力晝宵復舊忙 힘을 합쳐 밤낮없이 복구 작업 바쁘네.
패우편래남지방 고금희견수성양 인명참변백여수 산악괴붕수진량
전토가장다매몰 제방도로역손상 성금원집상부조 합력주소복구망
歎南部地方水害 松菴 申元三 作(79년8월26일) 8권 69
(탄남부지방수해) 韻 : 方洋量傷忙 3首 中 2
暴雨連天蔽四方 하늘에 먹구름 덮이고 세찬 비 쏟아지니
盆傾瓢注霎成洋 동이와 바가지로 퍼부은 듯 삽시간에 물바다 이루었네.
田園埋沒難言數 매몰 된 논밭은 말할 수 없이 많고
施設壞流不可量 휩쓸려간 시설도 헤아릴 수 없다는 군.
穀物減收憂飢饉 곡물이 피해 입어 기근이 걱정 되며
人命被害亦悲傷 사람 목숨 상했다니 슬프고 상심되네.
誠金遝至相扶助 수해 성금 답지하니 서로 이웃 도우고
復舊現場事事忙 복구 작업 현장에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네.
폭우연천폐사방 분경표주삽성양 전원매몰난언수 시설괴류불가량
곡물감수우기근 인명피해역비상 성금답지상부조 복구현장사사망
集中豪雨(집중호우) 學松 鞠永祺 作 8권 69
韻 : 方洋量傷忙 3首 中 3
大雨偏降南北方 남북방에 치우쳐 큰 비가 내리니
夜間變作太平洋 밤사이에 변하여 태평양이 되었구나.
交通杜絶幾多線 많은 철로 끊기어 교통두절 되었고
部落沈崩不計量 수많은 마을들이 물에 잠겨 무너졌네.
官募誠金應救急 행정관서 성금 모아 응급구조 나섰고
民營役手理埋傷 국민들도 힘을 모아 매몰지역 손보네.
人無抗力天其授 자연이 주는 재해 사람이 어쩌겠나,
苦是甘源力勉忙 쓴 것은 단맛의 근원이니 빠른 복구 힘쓰세.
대우편강남북방 야간변작태평양 교통두절기다선 부락침붕불계량
관모성금응구급 민영역수리매상 인무항력천기수 고시감원력면망
憫雨(민우) 松菴 申元三 作(庚申春) 9권 18
(비를 기다리는 안타까움)
天際黑雲向北飛 하늘가엔 먹구름이 북쪽으로 날건만
每逢日曜雨霏霏 언제나 마른 날 부슬비만 내리네.
千山細柳鶯歌歇 늘어진 산 버들엔 꾀꼬리 울음 그치고
十里長程客步稀 십리장정 먼 길엔 객들 발길 뜸하네.
酒店多賓成滿員 주막에는 하릴없는 손님들만 가득하고
村家無事掩柴扉 일 없는 농가에는 사립문도 닫혔네.
撨笳一曲斜陽路 해 기우는 산길엔 버들피리 부는 초동이
仍與阾翁作伴歸 고개 넘는 늙은이와 짝하며 돌아오네.
천제흑운향북비 매봉일요우비비 천산세류앵가헐 십리장정객보희
주점다빈성만원 촌가무사엄시비 초가일곡사양로 잉여영옹작반귀
雨天偶吟(우천우음) 明齋 金壽潤 作 9권 14
(비오는 날 우연히 읊다)
昨夜黑雲西北騰 어젯밤 검은 구름 서북하늘로 날더니만.
今朝甘雨穀豐登 오늘 아침 단비에 곡식이 풍년 들겠네.
樂居此地知新區 이곳 생활 즐거우니 신시가지 알겠고
獨坐高堂思舊朋 홀로 집에 앉았으니 떠오르는 옛 친구들
案上積書皆聖理 책상위에 쌓인 서적 옛 성인의 도리이며
軸中詩句總才能 두루마리 적힌 시는 재사들의 글귀이네.
待於晴日和風暖 날 개어 바람 따뜻하길 기다렸다가
喜翫南山好景稱 즐거이 남산 경치 바라보리라.
작야흑운서북등 금조감우곡풍등 낙거차지지신구 독좌고당사구붕
안상적서개성리 축중시구총재능 대어청일화풍난 희완남산호경칭
雨中吟(우중음) 誠菴 卜昌圭 作 9권 47
終宵盡日雨重重 밤새 비오고 온 종일 주룩주룩 비가내리니
客自鄕來問野農 객인도 고향 찾아 농사 형편 묻는다.
近伏禾形登過膝 삼복의 절기가 되니 벼는 무릎 보다 더 자라고
充園果實望豊容 과수원의 알찬 과일 풍년을 바라겠네.
三旬衰旺看蟾桂 한 달의 흥망성쇠 달을 잘 살피고
千載經綸養鶴松 천년을 경륜할 인재는 송학처럼 육성하라.
文府敎揚忠孝節 각급학교 선생님들 충효 들어 교육해야
隣兒稍稍禮相恭 더벅머리 아이들도 예의 지켜 공손 해지리.
종소진일우중중 객자향래문야농 근복화형등과슬 충원과실망풍용
삼순쇠왕간섬계 천재경륜양학송 문부교양충효절 인아초초예상공
近伏-三伏節
霖雨(임우-장마) 明齋 金壽潤 作(己未六月) 8권 54
時惟三伏主農期 때는 삼복 한더위, 농사철에 한창 바쁜데
霖雨霏霏暑自離 장맛비가 계속 오니 더위가 주춤하네.
簑笠啇家猶得意 도롱이 삿갓장사 제철만나 신바람 났고
冷氷賣者豈云宜 얼음가게 주인이야 어찌 마땅하겠는가.
塵埃不起村容潔 먼지가 일지 않으니 농촌풍경이 깨끗하고
尼路無堅客步遲 진흙탕 수렁 길 지나는 이, 발길 더디다.
翌日晴天和暢地 다음날 맑게 개어 날씨 화창해지면
淸遊趣味在論詩 격조 있는 취미삼아 시편이나 논하리.
시유삼복주농기 임우비비서자리 사립상가유득의 냉빙매자기운의
진애불기촌용결 니로무견객보지 익일청천화창지 청유취미재론시
久囚霖雨作一首詩而吟曰 明齋 金壽潤 作 9권 54
(긴 장마에 시 한수 지어 읊는다) 辛酉陰八月三日
解曰
仲秋霖雨晝宵來 한가을 장맛비 밤낮없이 내리고 霖雨連日
慾望碧山一牖開 푸른 산 바라보려 창문을 열었네. 開鬱定心
種種案頭佳句覔 책상 위 각종서적 좋은 싯귀 찾아보고 閑居之時
間間階上好花培 틈틈이 뜰에 핀 꽃에 눈길을 돌린다. 庭前看花
仰瞻雲藪浮騰像 늪에서 피어오르는 구름 모양 쳐다보고 晴雨欲知
頻思詩朋會合臺 시회에서 만난 친구들을 자주 생각한다. 詩朋自思
不出門庭惟寂寞 문밖출입 못하여 오직 적막함만 깊어지니 不勝寂寞
待晴此際飮三盃 날씨 개이길 기다리며 석잔 술을 마시네. 飮料三盃
중추임우주소래 욕망벽산일유개 종종안두가구멱 간간계상호화배
앙첨운수부등상 빈사시붕회합대 불출문정유적막 대청차제음삼배
甘雨(감우) 明齋 金壽潤 作 9권 50
韻 : 甘字 2수 중 1
三伏餘炎連日際 삼복더위가 연일토록 극성인데
調風順雨蜜如甘 조화로운 바람에 순한 비는 꿀같이 달구나.
生凉今夜詩情興 이 밤에 바람 시원하니 시 정취 일어나고
止汗此時酒味甘 땀 멎는 이 시간엔 술 맛이 달구나.
千艸百花皆免苦 천초백화가 더위 고생 면하고
四郊五穀盡逢甘 온 들판 오곡은 단비를 만났네.
可知天下年豊兆 금년엔 온 나라에 풍년들 조짐 알았으니
閑坐高堂寢食甘 고당에 한가로이 앉았어도 침식이 편하네.
삼복여염연일제 조풍순우밀여감 생량금야시정흥 지한차시주미감
천초백화개면고 사교오곡진봉감 가지천하년풍조 한좌고당침식감
辛酉年老炎甘雨吟(신유년노염감우음) 誠菴 卜昌圭 作 9권 50
(신유년 늦더위에 단비가 내려 읊는다) 韻 : 甘字 2수 중 2
老炎未退立秋早 늦더위 남아있는 이른 가을 입추절에
其雨濛濛勝露甘 자욱이 내리는 비 감로보다 나으리.
野稻穗垂充實斂 늘어진 벼이삭은 알찬 수확 기약하고
圃菁根助味生甘 남새밭 무 뿌리 맛 들어서 달겠구나.
邱檎潤熟增收穫 대구 능금 빨간 윤기 수확 아니 늘겠으며
濟橘圓肥倍蓄甘 제주 감귤 살쪘으니 단맛은 배가 되리.
人識不周難盡寫 인간이 어쩔 손가, 자연의 조화 섭리
天恩廣博限無甘 단비가 내림도 하늘의 넓고 큰 은혜로세.
노염미퇴입추조 기우몽몽승로감 야도수수충실렴 포청근조미생감
구금윤숙증수확 제귤원비배축감 인식부주난진사 천은광박한무감
邱檎-대구능금 , 濟橘-제주감귤
[2 – 나] 農事와 季節
甲寅秋收感謝韻(갑인추수감사운) 明齋 金壽潤 作 2권 68
自古耕田大本爲 자고로 농사일을 근본으로 살아왔고
調風順雨適其時 금년에는 바람 고르고 비는 순하여 때가 잘 맞았다
坊坊五穀豐登作 동네마다 오곡이 풍년을 이루었고
處處百蔬畒滿持 곳곳에 백가지 채소가 들판에 가득하네.
東作西成皆意遂 봄 파종 가을 수확 모두 뜻대로 이루었고
春勤秋富亦心隨 봄에 부지런히하여 가을에 수확 풍성하니 마음대로 되었네.
天時人事無違畢 하늘의 때와 사람의 일이 어긋나지 않고 잘 마치니
牟麥種肥不失期 이제 밀 보리 씨 뿌리고 거름 주는 때를 안 놓쳐야지.
자고경전대본위 조풍순우적기시 방방오곡풍등작 처처백소묘만지
동작서성개의수 춘근추부역심수 천시인사무위필 모맥종비불실기
벼타작 – 김홍도(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丁巳年豊吟(정사년풍음) 松菴 申元三 作 7권 18
丙辰年 冬日이 혹한(酷寒)하여 모농(牟農-보리농사)은 全國的으로 대흉(大凶)
이나 多幸히도 도작(稻作-벼농사)은 全國的으로 대풍(大豊)
韻 : 豊中風充通 2首 中 1
庶民晝夜願年豊 주야로 서민들 풍년들기 원했으니
幸受天恩感謝中 다행히 올해는 하늘은혜에 감사하네.
倉廩不虛生美德 곳간이 비지 않아야 아름다운 덕이 생기고
胃腸飽滿化仁風 배부르게 밥 먹으니 어진 풍속으로 변화하네.
農粮饒足能儲蓄 농민 식량 풍요로워 능히 저축이 되고
國庫有餘勢擴充 나라의 창고 여유로워 국력이 확충되네.
擊壤康衢歡喜極 태평세월 격양가에 환희심이 솟아나고
也應半島運亨通 우리나라 운이 틔어 만사형통하겠네.
서민주야원년풍 행수천은감사중 창름불허생미덕 위장포만화인풍
농량요족능저축 국고유여세확충 격양강구환희극 야응반도운형통
丁巳年豊吟 明齋 金壽潤 作 7권 18
韻 : 豊中風充通 2首 中 2
三才化合作年豊 삼재요소 화합되어 금년 풍작 이뤘는데
暖背飽膓在此中 등 따습고 배부르니 이것 외에 더 있겠나.
穀滿四倉饒富國 사방창고 곡식 가득 부요국가 이루었고
金融千里太平風 온 나라에 돈이 도니 태평세월이라네.
四維自古食衣足 옛날부터 예의염치 풍요로운 의식주에서 비롯되니
萬事元來心腹充 세상만사 배부른 게 원래부터 근본일세.
擊壤歌聲聞處處 곳곳마다 배 두드려 태평세월 노래하고
農工商士滑相通 사농공상 모든 분야 서로 통해 매끄럽네.
삼재화합작년풍 난배포장재차중 곡만사창요부국 금융천리태평풍
사유자고식의족 만사원래심복충 격양가성문처처 농공상사활상통
春日偶吟(춘일우음) 明齋 金壽潤 作 8권 31
愛春捲竹簾 봄이 좋아 대발 걷으니
桃柳眼前兼 눈앞엔 복숭아와 버드나무
天上三光循 하늘엔 삼광(해 달 별)이 돌고
人間五福添 사람에겐 오복을 더한다.
古時居盖草 옛날엔 초가에 살았는데
俗世屋無簷 지금 가옥엔 처마가 없네.
最樂在何處 가장 즐거운 곳이 그 어딜까
詩朋向酒帘 시를 논하는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는 것일세.
애춘권죽렴 도류안전겸 천상삼광순 인간오복첨
고시거개초 속세옥무첨 최락재하처 시붕향주렴
春日偶吟(又) 明齋 金壽潤 作 8권 31
尋芳春日暖 따뜻한 봄날 향기로운 꽃을 찾았더니
却見百花開 다시 보니 백화가 만발했네.
朶朶含香笑 송이마다 향기로운 미소 머금고
枝枝舞蝶來 가지마다 나비가 춤추며 오네.
飛禽皆産卵 날짐승 모두 알을 낳고
走獸亦胞胎 길짐승 역시 새끼를 포태했네.
天地之間物 천지간의 만물은
自知節侯廻 스스로 알아서 절기를 따라 도네.
심방춘일난 각견백화개 타타함향소 지지무접래
비금개산란 주수역포태 천지지간물 자지절후회
賞春(상춘) 松菴 申元三 作 8권 31
(봄의 경치를 보고 즐김)
霏霏春雨滌輕塵 봄비가 계속 내려 가벼운 먼지 씻어내니
霽後靑山景色新 비 개인 후 푸른 산은 새로운 모습이라.
偏愛殘花臨谷口 산골짜기 입구에 이르니 시든 꽃이 안쓰럽고
更隨垂柳到江濱 늘어진 버들 따라 다시 강가에 다다랐네.
岩間躑躅留浪跡 바위 사이 시든 철쭉, 흔적만 남았고
林下啼禽嘲俗人 수풀 속 산새소리 속인을 비웃는 듯
竟日乘閑探勝路 탐승로를 한가히 종일토록 걸었더니
滿腔逸興與誰伸 가슴가득 이는 흥취 누구와 더불어 얘기할까.
비비춘우척경진 제후청산경색신 편애잔화임곡구 갱수수류도강빈
암간척촉유낭적 임하제금조속인 경일승한탐승로 만강일흥여수신
庚申仲春(경신중춘) 明齋 金壽潤 作 8권 76
寒去溫還是仲春 차가움이 가고 따뜻해지니 봄이 되었다.
晝夜平均最適辰 밤과 낮의 길이가 같으니 가장 좋은 때라.
村北娥娘初步散 북촌의 처녀가 처음으로 산보를 나오고
江南鷰子舊巢臻 강남 갔던 제비가 옛집을 찾아오네.
花花爭發時時笑 꽃들은 웃으면서 서로 먼저 피려하고
樹樹生芽日日新 나무들은 새 잎이 나오면서 날로 새로워진다.
處處萬化方暢裡 따뜻한 봄이 와서 곳곳에 만물이 돋고 자라니
三朋四友樂心神 벗 좋고 시 좋으니 심신이 즐겁네.
한거온환시중춘 주야평균최적신 촌북아랑초보산 강남연자구소진
화화쟁발시시소 수수생아일일신 처처만화방창리 삼붕사우락심신
綠陰(녹음) 明齋 金壽潤 作 10권 34
韻 : 春新人眞頻 2首 中 1
芳草綠陰不羨春 녹음방초 우거져 봄 부럽지 않은 이때
更逢益友笑容新 친한 친구 다시 보니 웃는 얼굴 새롭네.
避暑修園巡酒客 피서하는 공원엔 술꾼이 돌아다니고
觀光凉地作詩人 시원한 관광지엔 시 짓는 사람들
妙曲淸歌肩舞舞 묘한 곡조, 맑은 노래에 어깨춤을 추고
冷茶氷菓味眞眞 냉차와 얼음과자가 정말로 맛있구나.
千金難買今期席 천금을 주고도 못 사는 이 자리에
盡日論情問答頻 빈번한 문답 속에 종일 정담오가네.
방초녹음불선춘 갱봉익우소용신 피서수원순주객 관광량지작시인
묘곡청가견무무 냉차빙과미진진 천금난매금기석 진일논정문답빈
綠陰 逸齋 孫益煥 作 10권 35
韻 : 春新人眞頻 2首 中 2
長夏綠陰可勝春 긴 여름날 녹음이 가히 봄보다 낫구나.
且交芳草景加新 서로 섞여있는 방초가 경치를 더욱 새롭게 한다.
繁茂遮天亭路客 녹음이 무성하여 정로객에게 하늘을 가려주고
淸凉盖地惹遊人 청량함이 땅을 덮어 노는 사람을 이끈다.
行雲勢大都無影 떠가는 구름, 그림자 없는 대도시
白日炎蒸摠露眞 한낮 뙤약볕은 그 참모습을 드러낸다.
偏使黃鶯豪富足 꾀꼬리 치우쳐 부호에게만 아부하나
金衣喚友妙家頻 꾀꼬리 벗 부르며 둥지 드나들기 바쁘네.
장하녹음가승춘 차교방초경가신 번무차천정로객 청량개지야유인
행운세대도무영 백일염증총로진 편사황앵호부주 금의환우묘가빈
綠陰詩(녹음시) 明齋 金壽潤 作 8권 36
韻 : 天仙眠筵綿 3首 中 1
正當夏節酷炎天 폭염이 내리쬐는 혹서기에 들었으나
一到綠陰可等仙 푸르른 녹음 속에 들어오니 신선이 된 것 같네.
飮酒午中難犯熱 한 낮술 마시기엔 더위 탈까 어렵고
看書枕上易成眠 책을 드는 자리엔 잠부터 쏟아진다.
十方全爀隨凉地 사방의 불볕더위 시원한 곳 찾아드는데
三伏大蒸避暑筵 삼복 한더위에 피서지가 되었네.
不羨淸秋今此席 시원한 가을바람이 부럽지 않은 이 자리 녹음 속
男歌女舞樂綿綿 남자 노래, 여자 춤추니 즐거움이 끝없이 이어지네.
정당하절혹염천 일도녹음가등선 음주오중난범열 간서침상이성면
시방전혁수량지 삼복대증피서연 불선청추금차석 남가여무낙면면
綠陰詩 松菴 申元三 作 8권 36
韻 : 天仙眠筵綿 3首 中 2
酷暑如蒸六月天 찜통 같은 무더위 유월한낮에
納凉樹下可稱仙 시원한 나무아래 신선 같다하겠네.
少女妙舞挑淸興 젊은 아이 묘한 춤 맑은 흥취 일게 하고
高士野談覺晝眠 높은 선비 야담엔 낮잠마저 달아나네.
喚酒城邊眞極樂 극락 같은 성변엔 술손님 부르고
咏詩陰畔實華筵 시 읊는 그늘 가엔 화려한 잔치일세.
搖扇止汗無聊坐 부채로 땀 식히며 무료히 앉았으니
出峀夏雲恰似綿 산봉우리에 피어난 구름, 마치 솜사탕 같구나.
혹서여증유월천 납량수하가칭선 소녀묘무도청흥 고사야담각주면
환주성변진극락 영시음반실화연 요선지한무료좌 출수하운흡사면
綠陰 學松 鞠永祺 作(己未陰六月十九日) 8권 47
韻 : 天仙眠筵綿 3首 中 3
陰深水淨古城天 짙은 녹음 맑은 물 고성의 풍취
長夏居然可偶仙 혹시 긴 여름날 우연히 신선을 만날지도
暑熱蒸炎何敢犯 한여름 찌는 더위 어찌 침범할 손가.
淸凉爽氣却疲眠 맑고 서늘한 기운, 오는 잠 물리치네.
蟬鳴雅樂華詩榻 매미소리 맑은 곳엔 시 읊는 자리
鸝喚高朋賀酒筵 꾀꼬리 벗 찾는 곳에 술잔치나 벌렸으면
苦海風霜夢藪過 속세의 모진 풍상 꿈속처럼 허우적대나.
閑談律語趣綿綿 운치 있는 한담 속에 즐거움은 끝이 없네.
음심수정고성천 장하거연가우선 서열증염하감범 청량상기각피면
선명아악화시탑 리환고붕하주연 고해풍상몽수과 한담율어취면면
夏日卽事(하일즉사) 明齋 金壽潤 作 10권 38
(여름날의 한 때)
於焉歲月到炎庚 어언간 세월 흘러 찌는 듯한 삼복더위가 오고
勝地綠陰樂倍生 명승지의 녹음은 즐거움이 배가 되네.
三伏當時高熱度 삼복인 이때야 당연히 기온이 높고
流頭節届每天晴 유두절이 이르니 매년 하늘 개였네.
人人避暑隨凉所 사람마다 피서하여 시원한곳 찾고
處處登豊聽告聲 곳곳마다 풍년들어 곡식 익는 소리 들린다.
氷菓冷茶能快氣 얼음과자 냉차는 상쾌한 기운 들게 하니
更將團扇浴川行 다시 부채 들고 냇가에 목욕이나 가야겠네.
어언세월도염경 승지녹음락배생 삼복당시고열도 유두절계매천청
인인피서수량소 처처등풍청고성 빙과냉차능쾌기 갱장단선욕천행
扇子(선자 –부채) 松菴 申元三 作 7권 53
炎天六月汗流時 유월 염천 땀 흐를 때
可賴爾功避暑知 부채 네 덕분에 시원함을 알았네.
紙作圓形竹爲柄 둥근 종이부채 자루는 대나무고
頻搖趺坐吟古詩 가부좌로 앉아 부채질 자주하며 옛 시를 읊는다.
염천육월한류시 가뢰이공피서지 지작원형죽위병 빈요부좌음고시
扇 學松 鞠永祺 作 7권 49
深藏筐中宜待時 장롱 깊이 감춰진 네가 때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酷炎盛暑要期知 한여름 혹서기에 부채 필요한 줄 알았네.
凉風爽氣無量吐 시원한 바람 끝없으니 기분 또한 상쾌하고
節換淸秋我以詩 계절 변해 가을 되면 나는 시를 생각하리.
심장광중의대시 혹염성서요기지 양풍상기무량토 절환청추아이시
扇 明齋 金壽潤 作 7권 49
三伏如蒸暴暑時 찜통 같은 삼복더위
納凉何必綠陰知 어찌 녹음만 찾아서 시원함을 찾는가.
高樓閑坐搖團扇 높은 누각 한가히 둥글부채 부치면
不羨淸秋憶妙詩 맑은 가을 부럽지 않고 묘한 시상 떠오르네.
삼복여증폭서시 납량하필록음지 고루한좌요단선 불선청추억묘시
扇 松菴 申元三 作 8권 50
靑天白雲鶴 푸른 하늘 흰 학이
飛入吾掌中 내 손안에 날아드네.
能動紙與竹 합죽선 부쳐대니
吹送淸凉風 시원하고 맑은 바람 불어내네.
不畏三伏熱 삼복 열기 무서울 게 없으니
可知爾恩功 부채 공덕 크다는 걸 이제야 알겠네.
過夏秋光至 여름 지나 가을이 오면
深藏碧紗籠 푸른 등롱 속에 깊숙이 간수하리.
청천백운학 비입오장중 능동지여죽 취송청량풍
불외삼복열 가지이은공 과하추광지 심장벽사롱
八月稔日感吟(팔월임일감음) 誠菴 卜昌圭 作 9권 57
(팔월 곡식이 익는 날에 느낌이 있어 읊는다)
年輪高速老關新 세월의 수레바퀴 고속으로 돌아 노년에 접어들고
此歲仲秋過二旬 금년 추석 지난지도 스무날이 넘었구나.
華盛百年隣接地 미국수교 백년에 워싱톤이 인접 땅이 되었고
賖河萬里未歸人 대만과는 멀어져 오가는 사람 없구나.
浦田空路飛機港 김포와 하네다에 비행기가 취항하고
京釜列車渡漢濱 경부선 열차는 한강을 넘나드네.
錦繡江山南北異 한반도 금수강산 남북으로 나뉘어
一般春作兩般春 봄이 와도 한반도는 두 개의 봄이로세.
연륜고속로관신 차세중추과이순 화성백년인접지 사하만리미귀인
포전공로비기항 경부열차도한빈 금수강산남북이 일반춘작양반춘
華盛-華盛頓(美國 워싱턴) , 賖河-臺灣 , 浦田-서울김포와 日本羽田(하네다)
大暑日吟(대서일음) 誠菴 卜昌圭 作(辛酉年) 9권 48
觀象報云大暑天 기상청의 예보는 엄청나게 덥다는데
熱三六度一週連 36도의 열기가 일주일간 이어지네.
水藏氷庫凝甘露 물 저장 얼음 창고 감로 맺히고
日射雲間變紫煙 햇볕 쏟아진 구름사이 자색으로 변한 수증기
巧越伏年炎處後 유월 삼복더위 재주껏 넘겨 더위 가신 뒤
潛推過曆酷無前 전례 없는 더운 여름 보냈다고 추억하겠지.
茂林重秀藭花發 무성한 숲 속 궁궁이 꽃 두 번 이삭피면
田野穀形望稔先 논밭곡식 먼저 여물 익는 걸 보겠네.
관상보운대서천 열삼육도일주연 수장빙고응감로 일사운간변자연
교월복년염처후 잠추과력혹무전 무림중수궁화발 전야곡형망임선
霖熱(임열-장마철의 더운 열기) 誠菴 卜昌圭 作 9권 24
三伏蒸炎去益深 찜통 같은 삼복더위 갈수록 심해지니
登高滌署訪淸陰 더위를 씻으려고 청음 땅 높은 곳을 찾았네.
今晴昨雨霖徵候 어제 비 오고 오늘 개이니 장마들 조짐이요
東敗西成利逐心 여기서 실패해도 저기서 이루는 건 이익 쫒는 마음일세.
萍水逢場多白髮 여행 중 우연히 서로 만나보니 백발도 많고
藝園逸橐小黃金 예술사회 얇은 지갑 돈도 얼마 없구나.
龜亭蝠傘鳩笻立 박쥐우산 지팡이 삼아 삼구정에 섰으니
甘熟霜苽代用斟 비록 잘 익은 고미는 아니언정 한잔 술로 대신하리.
삼복증염거익심 등고척서방청음 금청작우림징후 동패서성이축심
평수봉장다백발 예원일탁소황금 구정복산구공립 감숙상고대용짐
아래의 밑줄 친 네 줄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는 의견도 있음
三伏蒸炎去益深 찜통 같은 삼복더위 갈수록 심해지니
登高滌署訪淸陰 더위를 씻으려고 맑고 그늘진 높은 곳을 찾았네.
今晴昨雨霖徵候 어제 비 오고 오늘 개이니 장마들 조짐이요
東敗西成利逐心 여기서 실패해도 저기서 이루는 건 이익 쫒는 마음일세.
萍水逢場多白髮 여행 중 우연히 서로 만나보니 백발도 많고
藝園逸橐小黃金 예원에서 주머니 잃어 돈도 얼마 없구나.
龜亭蝠傘鳩笻立 구정은 박쥐우산이나 굽은 지팡이처럼 섰는데
甘熟霜苽代用斟 달게 잘 익은 하얀 외로 한잔 술 대신하리라.
* 苽 - 瓜(과-오이)의 속자(俗子)로 잘 못 쓰임
戊午九月九日吟(무오구월구일음) 松菴 申元三 作 8권 9
韻 : 陽良芳裳光 4首 中 1
天度循環到重陽 천도가 순환하여 중양절이 다가왔고
秋風忽憶古賢良 가을바람 서늘하니 옛 현량 떠올린다.
滿山紅葉千峰染 온 산엔 빨간 단풍 봉우리마다 물들고
發野黃花萬朶芳 들국화 만발하여 송이마다 향기 뿜네.
探勝詩豪懷軸紙 시 짓는 호걸들, 시 두루마리 지녀 명승지 찾고
逍遙士女換衣裳 소풍 길 신사숙녀 가을 옷으로 바뀌었네.
登高遍揷茱茰處 산에 올라 산수유가지 꺾어 머리에 꽂아 마귀 쫒고.
想必淸遊在觀光 생각건대 격조 있는 유람은 관광함에 있네.
천도순환도중양 추풍홀억고현량 만산홍엽천봉염 발야황화만타방
탐승시호회축지 소요사녀환의상 등고편삽수유처 상필청유재관광
戊午九月九日吟 明齋 金壽潤 作 8권 10
韻 : 陽良裳芳光 4首 中 2
天回地轉到重陽 천지가 돌고 돌아 중양절 다가오고
暑往凉來氣候良 더위가고 시원하니 날씨 또한 좋구나.
拘杞摘男褰綠袖 구기자 따는 남정네 푸른 소매 걷어 올리고
茱茰採女着紅裳 수유 꺾는 아낙네 붉은 치마 곱기도 하다
春節柳梅爭奪美 봄날엔 수양버들이 매화와 아름다움을 서로 뽐내고.
秋風楓菊幷侉芳 가을바람엔 단풍과 국화가 함께 향기 자랑하네.
不熱不寒惟九九 춥지도 덥지도 않은 오직 중양절
彩衣老少探觀光 채색 옷에 남녀노소 관광지 찾는다.
천회지전도중양 서왕량래기후량 구기적남건록수 수유채녀착홍상
춘절유매쟁탈미 추풍풍국병과방 불열불한유구구 채의노소탐관광
戊午九月九日吟 明齋 金壽潤 作 8권 9
韻 : 陽良芳裳光 4首 中 3
天回戌建又重陽 계절이 순환하여 구월환절기에 중양절이 되어
五穀熟黃孰不良 오곡이 누렇게 익어가니 누구나 좋지 않으랴.
楓葉尤丹惟示暢 단풍잎은 더욱 붉어 유독 화창해 보이고
菊花正綻犻矜芳 국화는 꽃망울 터뜨려 홀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深藏舊扇更輕帽 여름에 쓰던 부채는 넣어놓고서 가벼운 모자를 쓰며
換着新衣或厚裳 두터운 치마나 새 옷으로 갈아입었네.
暣侯適中明麗節 볕 기운 알맞으니 산뜻하고 아름다운 계절
遊人乃惜好風光 좋은 풍경 쉽게 갈까 한가히 놀면서도 아쉬워하네.
천회술건우중양 오곡숙황숙불량 풍엽우단유시창 국화정탄독긍방
심장구선갱경모 환착신의혹후상 기후적중명려절 유인내석호풍광
戊午九月九日吟 明齋 金壽潤 作 8권 10
韻 : 陽良芳裳光 4首 中 4
天機幾萬度重陽 계절이 순환하여 얼마나 많은 중양절 지났을까
水淨旻高馬又良 물이 맑고 가을하늘은 높아 말 또한 살찐다.
林上蜩蟬鳴聲細 숲속에서 울던 매미 소리 뜸해지고
園中薔蘤笑姿芳 정원의 장미꽃은 웃으며 향기 뿜는다.
蚊皆今日爲斜口 오늘은 모든 모기들이 입이 비뚤어지고
人忽此期着暖裳 사람들은 갑자기 따스한 옷 찾는다.
莭去時來誰有挽 세월의 오고감을 뉘라서 앞당기겠나.
寸陰是惜職榮光 촌음을 아껴야만 오직 영광 있으리.
천기기만도중양 수정민고마우량 임상조선명성세 원중장화소자방
문개금일위사구 인홀차기착난상 절거시래수유만 촌음시석직영광
立秋(입추) 松菴 申元三 作 4권 43
白帝復權節侯廻 가을 기운이 힘을 얻는 입추절기 돌아오고
如蒸暴暑猛威衰 찜통 같은 무더위도 맹위 한풀 꺾였네.
旣盛老炎徐徐去 극성이던 늦더위도 이미 서서히 가고
始進新凉瑟瑟來 서늘한 가을바람이 새로이 불어온다.
銀漢漸高天氣淨 은하수 점점 높아지고 하늘 또한 깨끗하며
金風微動地精開 가을바람 움직이니 땅의 정기 열리는군.
寒蟬鳴報秋消息 쓰르라미 울고 울어 가을소식 알리고
笑請隣翁勸酒盃 웃으면서 이웃 노인 청해 한잔 술을 권하네.
백제복권절후회 여증폭서맹위쇠 기성노염서서거 시진신량슬슬래
은한점고천기정 금풍미동지정개 한선명보추소식 소청인옹권주배
晩秋(만추) 松菴 申元三 作 8권 10
韻 : 聲生明成情 3首 中 1
庭樹蕭蕭落葉聲 정원수 소소히 낙엽 지는 소리
傷秋感想自然生 늦가을 쓸쓸 한맘 절로 인다.
楓林谷口初霜白 단풍 든 계곡엔 첫 서리 하얗고.
銀河天涯曉月明 은하수 하늘가엔 밝은 달 비치네.
眈讀寒燈眠不假 찬 등불 독서삼매 잠 잘 여가 없고
思鄕孤枕夢難成 고향생각 외로운 베개 꿈 이루기 어렵다.
越冬對備無餘念 늦가을의 월동 대비 여념이 없고
萬戶搗衣主婦情 집집마다 다듬이 소리 주부의 정일런가.
정수소소낙엽성 상추감상자연생 풍림곡구초상백 은하천애효월명
탐독한등면불가 사향고침몽난성 월동대비무여념 만호도의주부정
晩秋 明齋 金壽潤 作 8권 10
韻 : 聲生明成情 3首 中 2
忽聞窓前落葉聲 홀연히 들려오는 창 앞의 낙엽 소리
可知衰旺是天生 자연의 흥망성쇠 알만도 하구나.
旻與江水尤輝淨 가을 하늘 푸른 강물 더욱 고요히 빛나고
月帶淸風自誇明 달빛속의 맑은 바람 밝음을 자랑하네.
日漸南傾將北冷 점차 남쪽으로 해 기우니 북녘은 추워지고
年今東作已西成 금년 봄에 파종한 농사 가을 수확 끝났다.
世人莫恨光陰速 세상 사람들이여 세월이 빛같이 빠르다고 한탄치 마소.
秋送春迎亦有情 가을 가고 봄이 오면 그것 역시 정이러니.
홀문창전낙엽성 가지쇠왕시천생 민여강수우휘정 월대청풍자과명
일점남경장북랭 연금동작이서성 세인막한광음속 추송춘영역유정
晩秋 芝山 文炯柱 作 8권 12
韻 : 聲生明成情 3首 中 3
鳴來庭樹是何聲 정원 나무에서 새소리 들리니 이 무슨 소리인가
孤客先聞反感生 외로운 객이 먼저 듣고 늦가을 쓸쓸함을 느낀다.
九月當時楓愈盛 구월을 맞았으니 단풍 더욱 성하고
一年通夜月添明 일년 중 가을 달밤 밝음 한층 더 하네.
藍光萬里天將屹 쪽빛 만리 가을 하늘 높기만 한데
金氣四郊稻大成 사방들에 가을 기운 벼농사도 대풍일세.
秋到人間誠底事 가을에는 사람들이 왜 성실해지나
於焉歲光認無情 덧없는 세월이 무정한 줄 알기에.
명래정수시하성 고객선문반감생 구월당시풍유성 일년통야월첨명
남광만리천장흘 금기사교도대성 추도인간성저사 어언세광인무정
初秋凉夜吟(초추량야음)
(초가을 서늘한 밤에 읊다) 明齋 金壽潤 作 9권 54
天下入凉炎退時 무더위 물러나고 서늘한 바람 불어오니
氣分快活作新詩 기분도 쾌활하여 새로운 시를 지어본다.
手中扇子深藏置 손에 익은 부채는 내년 위해 간직하고
身上衣冠換着期 여름옷 벗어 걸고 따스한 옷 갈아입네.
氷菓冷茶皆已撤 얼음과자 냉차는 이미 제철이 지나갔고
棉衾柔褥自然隨 무명솜이불 따스한 요가 저절로 따라오네.
不寒不熱斯機會 춥지도 덥지도 않은 초가을이 되었으니
流日挽留世有誰 흘러가는 세월을 만류할 자 그 누굴꼬.
천하입량염퇴시 기분쾌활작신시 수중선자심장치 신상의관환착기
빙과냉차개이철 면금유욕자연수 불한불열사기회 유일만류세유수
白雪(백설) 明齋 金壽潤 作 9권 42
庚申歲暮酷寒天 경신년도 다 가는데 혹한이 덮쳤으니
天地一時盡白綿 천지가 일시에 하얀 솜 밭으로 변했네.
坊坊曲曲交通絶 방방곡곡 교통이 두절되고
水水山山互接連 산과 산, 물과 물이 서로 이어졌네.
飛禽走獸難求食 날짐승과 길짐승 먹이 찾기 어렵고
綠竹靑松不叚堅 푸른 대와 청송도 버티기가 힘들다.
不知何處人家在 사람 사는 마을이 어딘지 모르겠으니
遙望隨風突起烟 어디서 연기가 나는지 바람 따라 멀리 봐야겠다.
경신세모혹한천 천지일시진백면 방방곡곡교통절 수수산산호접련
비금주수난구식 녹죽청송불가견 부지하처인가재 요망수풍돌기연
[2 – 다] 農村生活
還字韻(환자운) 明齋 金壽潤 作 1-3권 17
綠楊芳草好時還 푸른 버들, 향기로운 풀, 호시절이 되니
一日淸閑一日還 하루하루가 한가히 돌아오네.
去年此日今年又 작년에 오늘이 금년에 또 오고
遠友邀筵近友還 먼 곳 벗을 맞는 자리에 가까운 벗이 찾아왔네.
先歌未盡後歌發 부르던 노래 끝나기 전에 새 노래 이어 부르고
前酌非醒次酌還 전작 술이 깨기 전에 다음 술잔 돌아왔네.
天下太平仙世上 천하태평한 신선 같은 세상에
無窮趣味無窮還 끝없는 재미가 끝없이 돌아오네.
녹양방초호시환 일일청한일일환 거년차일금년우 원우요연근우환
선가미진후가발 전작비성차작환 천하태평선세상 무궁취미무궁환
無題(무제) 明齋 金壽潤 作 1-3권 25
老年餘事聽詩好 노년에 남은 일은 좋은 시를 듣는 것이오.
樂問問隨笑答焉 즐겁게 물으면 웃으며 대답해준다
以文會友信仁輔 학문으로 친구를 만나고 믿음으로 어짊을 도우니
傾酒邀賓興味全 술 따르며 손님 맞으니 흥미가 온전하다.
坐聞天下諸般事 앉아서 천하의 여러 가지 일을 듣고
立見空中飛去船 서서 공중에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을 본다.
萬事浮生皆瞥眼 세상만사 덧없는 인생, 별안간 지나가고
食田閑讀更無硏 농사지어 밥 먹고 한가할 때 글 읽으니 다시 무얼 바랄손가.
노년여사청시호 낙문문수소답언 이문회우신인보 경주요빈흥미전
좌문천하제반사 입견공중비거선 만사부생개별안 식전한독갱무연
柚子木(유자목) 明齋 金壽潤 作 3권 38
庚子春에 생질 이상식(甥姪 李塽植, 이익홍의 아들-良甫面佳樂洞)이가 柚子木 묘종(苗種)을 喜賜 樂受하여 植於 向廊 房門前이러니 乙卯年에 開柚子甚香美大하더라. 丙辰年에 又多開하니 次次年年이 多開爲料而 作一首詩
一株柚木植門前 한그루 유자 묘목 행랑 문전 심었더니
十有六年結子懸 십년하고도 육년만에 유자열매 달렸네.
色似黃金香動遠 황금 같은 빛깔에 향기 멀리 퍼지고
圓如熟橘皰無偏 잘 익은 둥근 열매 오돌토돌 주름졌네.
奉親嘗祭恭陞獻 부모님께 드리고 조상 제사상에도 공손히 올리고
弄手置丌每自憐 손으로 만지다가 책상위에 올려놓고 볼 때마다 귀엽네.
味性和脾消癖效 유자는 비장에 좋아 적취병에 효능 있고.
世間療病勝於錢 민간요법 병 치료에는 돈보다도 나으리니.
일주유목식문전 십유육년결자현 색사황금향동원 원여숙귤포무편
봉친상제공승헌 농수치기매자련 미성화비소벽효 세간료병승어전
觀庭柚吟(관정유음) 松菴 申元三 作 3권 57
種柚於焉十載前 유자묘목 심은 지 어언 십년이 넘었으니
于今結實正團圓 오늘에사 결실 맺어 둥글게도 열렸네.
外姿雖匏黃金嫩 모양은 박 같지만 황금색이 곱다웁고.
其味香酸藥性偏 진한 향기 쓴 맛에 약으로도 쓰인다네.
手裡撫摩宜破寂 손안에 매만지며 적적함을 달래고
案頭靜置自生憐 책상위에 놓아두면 사랑스런 맘 일어난다.
奇哉爾本江南物 참으로 신기하네, 너는 본래 중국의 강남 물건
翫賞何須比世錢 즐겨 감상함이 어찌 세상 돈에 비할 소냐.
종유어언십재전 우금결실정단원 외자수포황금눈 기미향산약성편
수리무마의파적 안두정치자생련 기재이본강남물 완상하수비세전
對花而累次飾句(대화이누차식구) 明齋 金壽潤 作 7권 21
(꽃을 보고 여러번 시구절을 다듬는다)
花吐其香向我笑 꽃이 향기를 뿜으며 나를 향해 웃는데
我含慇愛與花親 나도 은근한 사랑으로 꽃과 더불어 친하다.
無響笑花憐態侉 소리 없이 웃는 꽃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奮香蘤蘂愛情牽 꽃향기를 날리면서 애정으로 당긴다.
화토기향향아소 아함은애여화친 무향소화연태과 분향위예애정견
花渠向我吐香笑 저 꽃은 날 보고 향기로운 미소 짓고
人我逢渠含惜親 나도 저 꽃 보면 사랑스런 마음 품는다.
花矜香氣向人吐 꽃은 자랑스레 사람 향해 향기 뿜고
雖笑無言只愛親 사람들은 무언의 미소 띠고 친애감을 보인다.
화거향아토향소 인아봉거함석친 화긍향기향인토 수소무언지애친
憐花態侉兼香笑 아름다운 꽃이 자태를 뽐내며 향기를 품고 웃고
笑對肝腸孰不憐 애타는 듯 웃으며 대하는데 누군들 아름답다 않으리
연화태과겸향소 소대간장숙불련
偶吟(우음) 明齋 金壽潤 作 9권 33
日月大明天地中 해와 달이 밝은 대명천지 가운데에
海山迂闊古今同 바다와 산은 예나 지금이나 넓구나.
東西南北四方定 사방의 음양오행이 조화가 안정되어
春夏秋冬六氣通 춘하추동으로 육기가 통하는구나.
일월대명천지중 해산우활고금동 동서남북사방정 춘하추동육기통
六氣 - 陰 陽 風 雨 晦 明
鷄卵(계란) 芝山 文炯柱 作 8권 36
一莫染塵潔皓形 때 하나 묻지 않은 깨끗한 흰 계란
汝之歷史輒攸聽 아득한 너의 내력 홀연히 듣게 되네.
完然在篋身渾白 상자 안에 넣어두면 완연한 흰색이고
若有幻身眼自靑 만약 닭으로 변한다면 그 눈은 저절로 푸르리.
將恐罷罷爲似寶 보물 같이 여기니 깨뜨릴까 두렵고
更嫌轉轉管如鈴 영롱한 방울 같아 내 굴리기 꺼려하네.
懷過卄日幻鷄響 어미닭이 품은지 스무날만에 삐약하고 병아리로 태어나면
翁主養生前後庭 늙은 주인 일찍이 앞뒤 뜰에서 양생하기 알맞네.
일막염진결호형 여지역사첩유청 완연재협신혼백 약유환신안자청
장공파파위사보 갱혐전전관여령 회과입일환계향 옹주양생전후정
栗(율) 明齋 金壽潤 作 10권 33
栗房熟則拆其交 밤이 익으면 밤송이가 터지고
多産崼山不産郊 밤은 가까운 산에서 많이 나며 들에서는 안 난다.
今代去皮奉祭祀 요즈음에는 밤 껍질을 벗겨서 제사에 쓰는데
古時食實處窠巢 옛날에는 식용열매로서 집안에 저장했다
美形佳質靑銅色 아름다운 모양에 질이 좋아 청동색이고
紫穀黃鱗白玉包 붉은 껍질과 누런 밤 비늘이 흰 옥을 싸고 있네.
味性醎溫能補腎 맛은 성질이 따스하여 능히 콩팥에 좋고
灸香烝軟湯成泡 구우면 구수하고 찌면 연해지며 끓이면 거품이 인다.
율방숙즉척기교 다산시산불산교 금대거피봉제사 고시식실처과소
미형가질청동색 자곡황린백옥포 미성함온능보신 구향증연탕성포
案上覽圖書(안상람도서) 明齋 金壽潤 作 9권 29
(책상위의 책을 읽는다)
閑坐看看意漸娛 한가히 앉아서 보고 볼수록 뜻이 점점 즐거우니
自然心上一塵無 自然(자연)히 심상에 한 티끌도 없어지네.
古來歷史通如鑑 古來(고래)의 역사를 통함이 거울 같고
世路風光盡與圖 世路(세로)의 풍광은 다 그림으로 더불었더라.
不換千金百代保 千金을 주어도 안 바꾸고 백대를 보존할 것이고
雖存三經四書俱 비록 三經삼경이 있으나 四書사서를 구비했네.
聖賢適遇相親若 聖賢(성현)을 마침 만나서 서로 친한 것 같고
忠孝綱倫摠諭吾 충효와 삼강오륜이 다 나를 가르치는 말이더라.
한좌간간의점오 자연심상일진무 고래역사통여감 세로풍광진여도
불환천금백대보 수존삼경사서구 성현적우상친약 충효강륜총유오
無題(무제) 明齋 金壽潤 作 1-3권 16
錦繡江山三千里 우리나라 금수강산 삼천리에
檀君歷史半萬年 단군 이래 역사가 반만년이라
莫道世間無盡事 세상의 끝없는 일, 말하지 마라
詩酒問答輔仁緣 시와 술로 문답하며 어진 인연을 도우리.
금수강산삼천리 단군역사반만년 막도세간무진사 시주문답보인연
無題 明齋 金壽潤 作 1-3권 16
無雲淸夜團團月 구름 없는 맑은 밤에 둥근 달이 뜨니
一色應同天下明 온 천지가 월색이니 천하가 밝다.
此地煙霞眞可得 이곳의 고요한 산수 경치가 참으로 좋고
入門先聽讀書聲 대문에 들어서니 글 읽는 소리가 먼저 들린다.
무운청야단단월 일색응동천하명 차지연하진가득 입문선청독서성
無題(4首) 明齋 金壽潤 作 1-3권 23
元日迎春增壽福 정월 초하룻날 봄을 맞으니 수와 복이 늘고
老來人事每年然 늙어가는 사람 모습은 매년 그렇구나.
靑春好世如瞬息 청춘의 좋은 시절은 짧은 순간과 같고
紅顔白髮忽因緣 홍안이 문득 백발이 되었구나.
원일영춘증수복 노래인사매년연 청춘호세여순식 홍안백발홀인연
春分節侯雨紛紛 계절은 춘분인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今日吾行欲斷魂 오늘 길을 나서서 걸어보니 몹시도 처연하구나.
暫問人家何處在 인가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學生遠指山南村 학생이 멀리 남산촌을 가리키는구나.
춘분절후우분분 금일오행욕단혼 잠문인가하처재 학생원지산남촌
草草芳芳細雨飛 아름다운 풀밭에 부슬비 내리고
花花灼灼香風動 예쁜 꽃들 만발한데 향기로운 바람이 분다.
水水淸淸連百里 물은 푸르러서 백리에 연했고
山山麗麗遍層峰 산세는 수려한데 봉우리가 층을 이루었구나.
초초방방세우비 화화작작향풍동 수수청청연백리 산산려려편층봉
治山治水國家本 치산치수는 나라의 근본이요
勤讀勤耕人道元 부지런히 농사짓고 글 읽는 것은 사람도리의 으뜸이라.
家庭將立靑春送 가정을 잘 일으켜 세우는데 청춘을 보냈고
世界漸明白髮生 세계는 점점 개명되는데 흰머리만 나는구나.
치산치수국가본 근독근경인도원 가정장립청춘송 세계점명백발생
閑日偶吟(한일우음) 明齋 金壽潤 作 8권 51
(한가한 날 우연히 읊다) 韻 : 堂茫長揚行 2首 中 1
手持團扇坐高堂 부채를 손에 들고 대청마루 앉아서
潛思世事理茫茫 가만히 생각하니 세상 이치가 망망하네.
上瞻下瞰乾坤濶 아래위를 바라보니 천지가 무한히 넓고
古往今來歲月長 옛날은 가고 새로운 날 다시 오니 세월 또한 무궁하리.
每進三綱良俗守 매양 삼강오륜 미풍양속 풍속 지키고
更將五敎美風揚 다시 오교를 가르쳐 아름다운 풍속을 드날리리.
必耕必讀先賢效 주경야독으로 옛 성인을 본받으니
可謂東邦禮義行 가히 우리나라의 예의를 다하리라.
수지단선좌고당 잠사세사리망망 상첨하감건곤활 고왕금래세월장
매진삼강양속수 갱장오교미풍양 필경필독선현효 가위동방예의행
閑日偶吟 松菴 申元三 作 8권 52
韻 : 堂茫長揚行 2首 中 2
朝暮無聊臥草堂 아침저녁으로 무료하여 초당에 누웠으니
前程不遠意茫茫 앞길이 멀지 않고 뜻이 망망하구나.
讀書猶恨春宵短 독서 삼매경엔 봄밤 짧아 오히려 한스럽고
苦熱每嫌夏日長 찜통더위 못 견딜 때엔 여름 한낮 길기만 하다.
素志攀龍空跳躍 뜻을품고 줄을 잘 서서 출세하려했으나 허사가 되었고
雄志附鳳失時揚 웅지를 펼치고자 했으나 때를 놓쳤네.
囊中幸有三盃値 다행히도 석잔 술값 주머니에 남았으니
欲破萬愁酒店行 온갖 근심을 잊으려면 술잔 밖에 더 있겠나.
조모무료와초당 전정불원의망망 독서유한춘소단 고열매혐하일장
소지반룡공도약 웅지부봉실시양 낭중행유삼배치 욕파만수주점행
農閑時偶吟(농한시우음) 明齋 金壽潤 作 2권 69
世間誰洗我心塵 세간에 누가 내 마음의 티끌을 씻어줄꼬
每事不如意思眞 매사가 내 참 마음과 같지 않구나.
雨順風調農閑隙 비가 순하고 바람이 고른 농한의 틈을 타서
舍精身修案對頻 집을 精(정)케하고 몸을 닦고 책상을 자주대하네.
書中自有珍甘味 책 속에 珍甘味(진감미)가 있으니
胸裡漸無雜念陳 흉리에 점점 잡념 묵은 것이 없어지네.
一讀一吟連一誦 한번 읽고 한번 읊고 연하여 한번 외우니
古人今遇若相親 옛사람을 이제 만나서 서로 친한 것 같다.
세간수세아심진 매사불여의사진 우순풍조농한극 사정신수안대빈
서중자유진감미 흉리점무잡념진 일독일음연일송 고인금우약상친
閑居吟(한거음) 明齋 金壽潤 作 9권 58
(한가로움에 읊다)
灑掃整衣白髮垂 의관정제 주변청소, 흰머리도 다듬고
悠悠度日食三時 유유히 무위도식에 세월만 보내네.
接賓常有樽中酒 손님을 대접할 때는 술이 빠질 수 없고
待士豈無案上詩 선비를 대할 때엔 어찌 책상에 시가 없으리오.
閉戶不知天地闊 문을 닫고 지내면 천지가 넓은 줄 모르듯이
撤書難辯古今差 책을 멀리하면 옛날과 오늘의 다른 점을 모른다.
人間生計存何處 인간 생계가 어디에 있느뇨?
夜讀晝耕自省宜 밤에 책읽고 낮에 농사지으면서 스스로 살핌이 마땅하다.
쇄소정의백발수 유유도일식삼시 접빈상유준중주 대사기무안상시
폐호부지천지활 철서난변고금차 인간생계존하처 야독주경자성의
偶吟 明齋 金壽潤 作 2권 67
此身老去詩常好 이 몸이 늙었어도 항상 시를 좋아하니
佳句長吟興味新 좋은 시구 길게 읊어 흥미가 새롭다.
永夜無眠時獨坐 기나긴 밤 잠 안 올 때 홀로 앉아서
書燈作伴爲閑人 독서 등을 벗하여 한가하게 보낸다.
차신노거시상호 가구장음흥미신 영야무면시독좌 서등작반위한인
偶吟 明齋 金壽潤 作 2권 67
臺上博碁長日短 누각위의 바둑 장기 긴 해가 짧고
花間詩酒暫春流 꽃밭 속의 시와 술은 봄을 재촉하는구나.
一天月白霄如晝 밤하늘에 달은 밝아 대 낮 같은데
四野麥黃夏欲秋 사방 들판 누런 보리 여름날이 가을 같네.
대상박기장일단 화간시주잠춘류 일천월백소여주 사야맥황하욕추
無題 明齋 金壽潤 作 2권 50
種種賢書今我見 여러 가지 옛 고서를 지금 보니
淳淳氣味古人緣 물 흐르듯 그 의미 와 닿으니 고인과의 인연일세.
一吟一讀心灑落 시를 읊기도 하고 글을 읽기도하니 마음이 상쾌하고
不羨百朋不羨仙 금은보화 부럽지 않고 신선도 부럽지 않다.
종종현서금아견 순순기미고인연 일음일독심쇄락 불선백붕불선선